충동적 입양으로 인한 파양이나 유기 우려를 낮추고 입양 희망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명목상의 목적이다.
이번 ‘예비 입양제’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개정 과정에서 한국고양이보호협회를 비롯해 오랜 시간 직접 보호소를 운영해 온 단체들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신설되었다. 제도의 존재조차 농림부의 발표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으며, 그 내용을 보며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행 공표 직후부터 쏟아지는 수많은 우려와 철회 요구 속에서 7일, 농식품부가 내놓은 설명자료는 본질을 외면한 채 불필요한 제도를 강행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작년,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에서 현재 보호소의 입양 절차가 시설마다 달라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직접 지적하였다. 이어 입양 후 가정 정착 여부 확인, 상담 및 사회화 교육 강화를 약속하고, 정작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신설한 제도가 ‘입양을 쉽게 만드는 것’임은 참담함을 자아낸다.
진정으로 충동적 입양을 막으려면 10일간 생활해 보게 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신청자의 신분과 사육 환경을 확인하고 충분한 입양 상담을 진행하는 등 입양 전 절차와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채 오로지 보호소 내 동물의 수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만 급급한 방법이자,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임이 자명하다.
보호동물과 가족이 '서로' 적응할 수 있는지는 심사 단계에서 이미 검증되었어야 하며, 입양 후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를 해결하고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반려의 기본 자격이다.
특히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서 공간과 환경의 변화에 예민하다. 예비 입양제를 통해 운좋게 최종 입양에 성공하는 동물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다시 보호소로 돌아와야 하는 동물도 분명 발생한다.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10일이라는 기간으로 생명을 재단하는 것은 폭력이자 무책임한 태도이다.
이들을 그저 ‘어쩔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하며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은 보호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하겠다는 정부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협회가 쉼터와 입양센터를 운영하며 까다로운 심사와 철저한 사후관리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일을 대비해 절대 유기하지 말고 협회로 인계할 것을 당부하는 것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해당 아이의 정보를 토대로 돌봄과 회복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여 재입양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더욱 슬픈 것은 정작 중요한 주요 법안들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이다.
신종 펫숍 단속 법 개정은 여전히 표류 중이고,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 역시 요원하다.
생명에 돈이 얽힌 이해관계 앞에서는 한없이 더디기만 한 중요 제도들이, 어째서 가장 취약한 생명들을 상대로 할 때는 깊은 고민과 논의조차 없이 이토록 쉽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오는 근본적인 원인인 무분별한 생산과 판매, 그리고 파양을 합리화하는 신종 펫숍 문화는 방치한 채 이미 갈 곳 없는 생명들을 대상으로 실험적인 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잔인하다.
이는 결국 동물뿐 아니라 우리 사회 속 약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이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정부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예비 입양제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며, 향후 간담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개진할 것이다.
보호소의 동물들은 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최약층이며 행정의 편의나 시범의 도구로 함부로 주물러져서는 안 된다.
가장 가여운 사각지대에 놓인 생명들을 향한 잔인하고 무분별한 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